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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독서감상문 쓰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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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사그라들지 않는 불꽃
작성자 한수진(지족고) 개최일 2012-06-14 조회 1998

“사그라들지 않는 불꽃”

 

대전지족고등학교 2학년 8반 41번 한수진

 

  백범일지를 처음 읽은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어린이 백범일지를 읽다가 백범일지 전편을 읽게 된 그 때 나의 심정은 충격이었다. 독립에 대한 열망은 존경스러웠으나 딸의 죽음을 너무나 간결하게 서술해 놓았고 이봉창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죽음을 애도했으나 그다지 비통해 하지 않는 것이 어린 내게는 감정을 지나치게 숨기고 자기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것으로 다가왔다. 철저하게 억제된 감정 뒤에 숨겨진 아픔을 읽어내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올 때 까지, 나는 백범일지를 다시 잡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들어와서 읽게 된 백범일지의 느낌은 또 달랐다. 아직도 그 분이 가셨던 길 중에는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백범선생님이 하신 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백범선생은 관리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과거시험장의 부패한 모습에 관리 시험을 치루지 않고 뛰쳐나온 후, 동학에 가담하여 접주로 활동하였다가 단발령을 피해 숨어든 마을에서 을미사변에 연관된 일본인 장교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이때부터 백범선생의 인생은 끊임없이 험난한 고비와 위기의 연속이다. 온갖 고문을 당해 만신창이가 되기도 하고 목숨을 건 탈옥을 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백범선생은 독립지사들과 뜻을 모아 임시정부를 창립하고 광복군을 창설하여, 미군과 함께 일본이 식민지배 중인 우리나라 본토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은 코앞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계획마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좌절되고 백범선생은 수년간의 피땀 흘린 준비의 결과가 허망하게 물거품이 되었다며 ‘하늘과 땅이 꺼지는 듯’ 하다고 애통해한다.

  그러나 그가 그리도 소망하던 광복이 이루어진 후, 남북이 갈라져 반목하기 시작했다. 백범선생은 휴전선을 넘나들며 분단 해결에 앞장서지만 백범일지에서 그 뒷이야기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김구 선생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의 손에 의해 피살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덮고 한동안 표지에 아로새겨진 백범선생의 웃는 사진을 보며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어렸을 때는 지나치게 감정을 숨기고 꾸민 듯하다고 생각했던 그분의 모든 행동들이 그분이 느꼈던 짙은 슬픔과 고뇌의 물결이 되어 내 가슴을 적셔왔다. 겉으로는 이렇게, 한량없이 밝게 웃으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분이 무너지게 된다면 안 그래도 각자의 노선을 고집하는 독립투사들로 흔들거리는 임시정부가 영영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힘들어도, 모진 절망과 아픔이 당신을 덮쳐 와도 그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겨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웃는 얼굴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눈물이 흘러내려 그의 흰 두루마기를 적실 것만 같았다. 나는 그의 사진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하였다.

  어찌 백범선생이라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소망이 없었겠는가. 감옥에 있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일곱 살짜리 딸의 유언을 서너달 후에야 전해 듣고 딸의 무덤 앞에 선 백범선생의 슬픔은 아마 사람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슬픔을 자세히 기록해 놓지 않았다고 그의 아픔을 너무나 가볍게 넘겨 버린 것이 죄스러울 지경이었다. 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죽어갔을 어린 소녀의 모습을, 그리고 그런 딸의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자책했을 백범의 모습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백범 선생이 지금까지 모두의 기억 속에서 기억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셨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가 옳지 못한 세상에서, 옳지 못한 길을 향해 뛰고 있을 때 백범 선생은 당당히 ‘아니오!’를 외치며 그 반대편으로 뛰어가신 분이다. 비록 광복군 계획도 실행되지 못하였고 통일도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나 백범선생의 의지만은 내게는 각성제와 같았다.

  모든 학생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뛰고 있다. 1년 반이 남은 수능을 향해 학생들은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다. 친구와의 우정도, 고등학교 때의 추억도 대학 앞에서는 모두 방해물일 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무리 속에 섞여 무기력하게 함께 뛰고 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왜 이 길을 뛰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여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뒤돌아보거나 쉬어가면 바로 밟히고 으깨지기 때문이다. 백범선생의 일지는 그런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뛰더라도 반대편으로 뛸 수 있는 용기를 백범 일지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바른 길을 달리면 육신은 부서질지언정 정신은 부서지지 않는 다는 교훈과 함께 백범일지의 여운은 사그라들지 않는 불꽃이 되어 내게 남을 것이다.

  여기까지 제 발표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참석해주신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독립을 위해 애쓰신 독립투사들께서도 위대하지만 그 곁을 지켜준 가족분들 역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독립운동가 유족분들께서 두 분이나 참석해주셨는데, 이렇게 태극기 아래에서 시상식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켜내신 우리나라, 다시는 빼앗기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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