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민족의 갈망하는 통일과 독립의 관계가 통일이 못되면 독립 역시 될 수 없는 것을, 통일이 못되더라도 독립이 될 수 있을 것같이 믿는 사람이 적지 아니하므로 우리는 통일을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강토가 소위 38선으로 양단되어 남북이 분열된 뒤 이미 만 2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통일을 부르짖는 것이 뒤늦은 일이 아니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냐. 과연 뒤늦었다면 그 뒤늦은 것은 우리가 미·소 양국의 호의를 지나치게 신뢰한 까닭이요, 또 새삼스럽다면 그 새삼스러운 것은 우리가 미·소 양국의 기도(企圖)를 그대로 맹종할 수 없게된 까닭이다. 이때까지의 분열은 미·소 양국의 군사행동일 뿐이다. 우리 동포가 몸은 38선을 자유로 넘나들지 못하되 마음속에는 38선을 용납할 조그만 빈틈도 없었지만, 지금 미·소 양국이 각자 기도(企圖)로 38선을 고정시키고 우리의 형제자매를 갈라서 이남에 한 정부, 이북에 한 정부, 양 개 정부를 수립하게 하려하니 이것은 강제의 분열을 자원(自願)의 분열로, 외력의 분열을 내분의 분열로 변하려는 것이요, 38선을 우리 염통 위에 그리고 뼈 속에 새기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랴, 분열 뒤에 따를 것이 곧 골육상전이니 이것이 우리 민족생존에 위협이 아니고 무엇이랴! 미·소 공위는 연 2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였고, 국련조위(國聯朝委)는 우리를 이롭게 한단 사명으로 뒤쪽 해롭게 할 행동을 취하려 하니, 이제 우리는 전 민족의 정치적 역량을 결합하여 세계각국에 대하여 민족 생존권을 주장하고 미소양국에 대하여 민족자결권을 요구하는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민족의 정치적 역량을 결합하려면 민족운동을 빨리 전개함이 필요하고 민족운동을 전개하려면 민족진영을 새로이 편성함이 필요한데, 진영편성이 용이한 일이 아니므로 우리는 우선 통일 독립 운동자협의회를 발기한다. 일은 무겁고 사람은 가벼우나 우리는 한토고사(漢土故事)의 곽외로 자처할 뿐이니, 동지여! 다 함께 모이어 진영 편성할 방침을 세우고 나아가서 민족의 소망을 달성하도록 노력하자! 단기 4281년 3월 26일 엄항섭(嚴恒燮)·유림(柳林)·여운홍(呂運弘)·홍명희(洪命憙)·김붕준(金朋濬) |